똘똘한 직원의 번뜩이는 직무발명…회사는 그냥 쓰면 될까

입력 2024-03-19 16:54  



임직원이 회사에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발명을 하면 이를 ‘직무발명’이라고 한다. ‘발명진흥법’이 이를 규율하는데, 동법은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최근 직무발명 보상금 소송이 급증하면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정작 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사담당자가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직무발명보상제도의 핵심적인 요소를 살펴본다.

◆직무발명에 대한 정당보상을 법으로 정한 이유는?

직무발명이 발생하면 일단 발명자인 임직원에게 귀속된다(발명자주의). 그러나 직무발명은 회사의 보수, 연구비, 설비 등 제공에 힘입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임직원 개인의 노력만에 의해 이루어지는 ‘자유발명’과는 분명 성격이 다르다. 이 때문에 ‘사용자’와 ‘종업원’의 기여분을 모두 인정하고 이를 ‘이익조정’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발명진흥법은 사용자가 일련의 절차를 거쳐 발명자인 종업원등으로부터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승계’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그 대가로 종업원등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직무발명의 요건은 무엇이고, 어떤 지적재산권이 포함되는가?

발명진흥법은 직무발명을 ①‘종업원등’이 그 직무에 관하여 ‘발명’한 것이 ②성질상 사용자의 업무범위에 속하고 ③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등의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하는 발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2호). 위 규정에 관해서는 많은 쟁점이 존재하지만 핵심적인 요소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기로 한다.

먼저 (i)발명자는 ‘종업원등’이고 ‘근로자’가 아니다. 즉, 근로자 외에도 법인의 임원을 비롯해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포함된다. 그리고 (ii)‘발명’이란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에 따라 보호되는 발명, 고안 및 창작에 한정된다. 따라서, 상표권이나 저작권은 제외된다. 그러므로 저작권의 경우 승계하더라도 보상의무가 없고, 보상은 원칙적으로 사적 자치의 영역에 맡겨진다. 한편, (iii)‘직무에 속하는 발명’이란 ‘종업원등이 담당하는 직무내용과 책임범위로 보아 그 발명을 꾀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되거나 기대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기본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연구자를 관리하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


◆사전예약승계규정, 필수인가?

직무발명은 일단 발명자인 종업원등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를 종업원 등으로부터 승계 받아야 한다. 발명진흥법은 사용자가 직무발명에 대해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종업원등의 권리나 특허권 등을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시키거나 사용자를 위해 전용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이나 근무규정(사전예약승계규정)을 체결 또는 작성한 경우에는 이를 통해 권리를 승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13조).

그렇다면 사전예약승계규정은 꼭 필요할까? 만약 사전예약승계규정이 없다면 사용자는 종업원등과 사후적으로 승계합의를 해야 하므로, 뜻대로 승계를 관철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제13조 제1항). 또한, 중소기업이 아닌 회사(대기업, 중견기업 등)가 사전예약승계규정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는 통상실시권을 보유하는 것에도 제약이 발생한다(제10조 제1항 단서). 이런 점들을 보면 업무상 발명·고안·창작을 하는 회사에게 사전예약승계규정은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법 개정(2024. 8. 7. 시행)으로 필요성은 더 커졌다. 현행법상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미리 갖춘 사용자라도 권리를 승계 받으려면 종업원등이 직무발명 신고를 한 후 4개월 내에 종업원등에게 승계 여부를 서면 통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제13조). 그러나 개정법은 사용자가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미리 갖추었다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는 발명 완성시부터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승계되도록 하여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미리 갖춘 사용자에게 권리 승계가 더 쉽게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개정법 하에서는 사전예약승계규정을 미리 갖출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정당한 보상기준, 어떻게 결정되나?

종업원등이 직무발명에 관한 권리를 사용자에게 승계하거나 전용실시권을 설정한 경우에는 사용자로부터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제15조 제1항). 그런데 법은 ‘정당한 보상’에 대해 직접 규율하지 않고,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종업원등에게 보상하였다면 정당한 보상을 한 것으로 본다’라는 ‘절차적 정당성(Procedural Justification)’ 방식을 취하고 있다(제15조 제6항 본문). 그러면서도 ‘다만, 그 보상액이 직무발명에 의하여 사용자가 얻을 이익과 그 발명의 완성에 사용자와 종업원등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하여 보상액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에는 법원이 개입하여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동항 단서).

그렇다면 ‘절차적 정당성’은 어떻게 확보하는 것인가?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i)사용자는 보상형태와 보상액 결정 기준, 지급방법 등이 명시된 보상규정을 작성하고 종업원등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하고(제2항), (ii)보상규정의 작성·변경시 종업원등과 협의하여야(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제3항), (iii)보상규정에 따라 보상액이 결정되면 대상 종업원등에게 보상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제4항).


◆절차적 정당성 규정을 위반하면 보상규정은 무효가 되는가?

여기서 한 가지 법리적인 이슈가 있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 보상규정은 사법상으로도 효력이 없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기업의 실무자들은 물론 특허청도 이 부분을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발명진흥법 제15조가 사용자로 하여금 일련의 절차를 거쳐 보상규정을 마련하도록 한 취지는 일련의 절차를 통해 책정된 보상은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되도록 하려는 것이며(동조 제6항), 이는 작성된 보상규정이 사법적 효력을 갖는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즉, 필자가 보기에 보상규정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문제는 기본적으로 계약법과 노동법의 법리를 기반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특허청 직무발명제도 해설편람은 사용자가 보상규정을 작성하면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면, 발명진흥법 제15조 제3항의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설명한다(95면). 그러나 보상규정을 사용자가 다수 종업원에 대한 보상조건 기준을 일률적으로 정립하기 위해 작성하는 사내규범의 형식으로 마련한다면 이는 일종의 ‘취업규칙’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근로자의 의견청취를 거치지 않고 취업규칙을 작성하거나 변경하였더라도 불리한 변경이 아닌 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은 사법상 유효하다(대법원 1996. 6. 22. 선고 98두6647 판결). 그렇다면, 동 규정에 따른 보상액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되지 못하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작성된 보상규정은 사법상 유효하며, 사용자는 동 규정에 따라 종업원에게 보상의무를 부담하게 될 여지가 크다.

반대로 보상규정의 변경이 발명진흥법상의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사법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보상규정을 ‘취업규칙’이 아니라 ‘개별 근로계약’ 형태로 운용하는 회사가 있고, 회사에서 어렵사리 종업원들을 설득하여 보상기준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과반수 종업원등의 동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하향된 보상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기존의 보상기준이 아직 근로계약의 형태로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근로계약까지 하향된 기준을 반영하여 변경 체결한 후에야 ‘사법상’으로도 유효하게 변경사항을 관철할 수 있을 것이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인사제도인가?

직무발명보상제도는 급여·보상의 한 형태이고, 근참법상 노사협의회 협의사항으로도 편입되어 있으므로(제20조 제1항 12호), 넓게 보면 인사제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직무발명을 장려함으로써 산업기술력을 증대시키려는 산업정책적 목적에서 도입된 것으로 단순히 직무발명 자체에 대한 보상이라고만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상금에 대해 소득세법 및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무상 혜택과 각종 국가지원 사업에서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우수기업 자격조건을 얻는 등 혜택이 따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직무발명 보상기준을 정할 때에는 너무 ‘인건비’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향후 예상되는 회사의 발명수익 및 동종 업계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실제로 구성원의 발명을 장려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과 방식의 보상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상 형태 역시 반드시 금전적 보상에 머물기보다는 안식년, 유학, 연수, 등을 적절히 가미하여 실질적인 장려 효과를 최대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 하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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